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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da en Barcelona

Sanitas 그리고 건강검진

by forexample 2024. 1. 5.

사설 건강보험을 Sanitas로 바꾸었다.

큰 이유는 없다. 그냥 회사와 연계되어 월급에서 바로 차감할 수 있어서 편할뿐

스페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면 사설 건강보험을 꼭 들어야 한다. 비자요건이기도 하지만 공공병원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서 여유가 된다면 하나쯤 들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공공병원이 6개월 기다려야한다면 사설병원은 1개월에서 2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근데 스페인 친구들 말에 의하면 공공병원 의사들이 실력이 더 좋단다 환자를 많이 봐서 그렇다나 뭐라나

Sanitas랑 Adeslas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건강보험 업체이다. 둘다 괜춘. 다만 좀 차이가 있다면 Sanitas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을 하기 편하다는 것. Adeslas는 어플로 어디가 되는지 확인해보고 전화로 예약한다는 것. 스페인어로 전화하는데 울렁증이 없다면 Adeslas도 이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둘 다 전문 병원과 의사들이 많이 있다. 취향것 고르면 된다. 하지만 이용해보고 나니 난 Sanitas가 좀 더 좋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화를 싫어하는 나의 개인적인 선호가 들어간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다. 그렇다고 Sanitas 이용하면서 전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이란 착각은 하지 말자. 약속시간에 제때 안 나타나는 스페인애들 땜에 약속 하루 전 혹은 당일날 아침에 전화가 온다.

너 오늘 약속 안 잊었지? 올거니?

 

Sanitas의 리마인더들 왼쪽은 문자, 오른쪽은 어플 푸시알림

한 번은 '이메일도 보내, 문자도 보내, 어플 알림도 보내, 그러면서 왜 전화까지 하냐'니까 자기네들 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고. 전화 거부할 수 없냐니까 그런거 없다고 안받으면 받을때까지 전화한단다....

그나마 다행인 거는 어플로 예약하면 어플 알림과 이메일만 오고, 리셉션에서 예약하면 종이쪼가리랑, 문자랑 이메일이 오고, 문자나 이메일이 안오면 전화하는 걸로 바뀌었다.

알러지 검사 (약물, 접촉, 식품)

Sanitas로 바꾸고 나서 서비스 테스트도 해볼겸 알러지 검사를 해보았다. 만일을 대비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 정말 아플때 쓸 수 있으니까. 작년에 꽃가루 날리고 막 감기증상처럼 몸이 안 좋아서 공공병원갔는데 물 많~~이 드시고 파라세타몰(우리나라 타이레놀) 하루 세알씩 8시간 간격으로 드세요. 이러고 파라세타몰 40개 처방해줘서 어이없어서 Sanitas로 알러지검사를 받아보기로. 우선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는데, 알러지 전문의는 Hospital에만 있다고. 난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암튼 오케이.

여기는 Hospital이 대형 종합 병원이다. 정~말 아프면 가는 곳.
Centro Medico Milenium : 사니타스 컨셉의 중형 병원(?), 2~3개의 진료과목이 있는 곳.
Cuadro medicos: 작은 개인병원같은 곳. 보통 의사 한 분만 있다.

우선 센스있는 고객센터 직원이 당일에 예약을 다 해줘서 나는 두 가지 테스트를 한 번에 할 수 있었다. 한국사람으로서 모든 테스트를 하루에 끝내는 그런 엄청나게 효율적인 서비스가 너무나도 익숙하던 나에게 이건 그냥 아 그렇구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이게 엄청난거였다.

약속시간 15분전쯤 문자가 온다. 센터에 도착했으면 링크를 누르라고. 그럼 리셉션에 가지 않아도 접수번호를 받을 수 있다.

접수번호는 보통 이름의 알파벳 첫글자랑, 성의 알파벳 첫글자 그리고 숫자 4자리로 이루어지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연결된 TV 스크린에 내 접수번호가 뜨면서 몇 번 방으로 들어오라고 안내가 된다.

접촉성 알러지 반응검사 그리고 혈액검사(식품이상여부를 알 수 있다.) 마지막은 약물 피부 반응 검사

혈액검사 결과가 2~3주 후에 나오기때문에 넉넉하게 한 달 뒤로 다시 일정 잡아서 결과확인하고, 여기서 센스있는 사람은 다음 검사도 같은 날 예약해준다. 어플로도 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의사가 써준 지렁이 글씨 종이를 들고 리셉션가서 설명하면 같이 날짜를 잡을 수 있다. 그래 알러지 테스트 결과는 이렇고 약물은 뭣때문에 그러니 의사의 상담도 받아야 한다. 이게 보험료내서 무료라지만 의사 처방없이는 검사도 함부로 잡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이 시스템은 산부인과 검진에서도 빛을 발휘하는 데 아무튼. 의사랑 상담하고 나서 약물 피부 테스트를 한다. 여기서 명확하게 무언가 드러나지 않으면 입원해서 약물 먹어보고 반응을 지켜보는 일명 '마루타'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중간에 어우 난 그거까지 하기 싫은데요 !? 이랬더니 도중에 중도이탈은 없다고 끝까지 다 해야한다고 막 다음 약속도 언제 오라고 잡아주길래 네~ 하고 리셉션가서 예약안하고 도망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주는 약 군말않고 다 먹을게요. 안녕히계세요. 스페인은 또 이런데서 철저한 알 수 없는..

나는 솔직히 Sanitas에서 알러지검사했으면 그 기록이 다 공유되는 줄 알았더니 다른  Sanitas 클리닉 갈때마다 물어본다;;;;

치아 검진 및 스케일링

한국에서 치아에 매우 많은 돈을 쓴지라 1년에 한번은 스케일링 받고 검진도 받는다. 우리나라는 세상 친절하게 검진 받아라 편지도 보내주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거 없다. 개인이 알아서 챙겨먹을 사람은 챙겨먹는거다. 공공 의료 센터에서 알림이나 이메일이나 편지? 한번도 받아본 적 없다. 실물카드 받을 때 빼고.

건강보험에 치아가 들어간 옵션을 반드시 선택하자. 아무리 보험을 들었다지만 기본만 무료고 의사가 처방이 있어야 다른 검사도 치료도 할 수 있는거다.

치아는 복잡할 것 없으니 어플로 예약을 샤샤샥 의학단어는 접할일이 없어서 많이 생소하긴 한데 이걸로도 은근 스페인어 공부가된다. 

Sanitas 어플리케이션 예약 화면

치위생사가 스케일링하면서 살펴보고 노트를 의사에게 남겨서 다른날 약속을 다시 잡고 의사를 보러 갔다. 3D 엑스레이도 찍고 의사를 보니, 와아 너 치아 치료 진짜 잘했다 블라블라 아니 잇몸이 부어서 의사가 한번 봐야한다며,,,,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지만 오라가라하는 건 정말이지,,, 병원은 한번 갔다하면 내 시간을 아주 낭비하기 딱이다. 어플말고 그 다음 간호사가 그냥 예약해줬을때, 나는 Seis라고 했는데 자기네들이 Siete로 예약해놔서 한시간 공쳤던 일도 있었더랬다.

재작년에 스페인 치과 4군데 갔다가 내 치아에 너네들이 해 놓은 작당을 처리하느라 한국가서 치아에만 200만원 이상 쓰고 왔단다 4주동안 치료받으면서;;;;;; 너네 수준이 딸리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게 우선 아닐까?

산부인과 검진

여자라면,,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그 곳. 근데 1년에 한번은 꼭 가야만 하는 그 곳.

재작년에 갔던 그 곳은 나를 트라우마타우즈 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남자선생님이었고, 88올림픽당시 스페인 대표팀 의사로 한국에 왔었다고 검진하면서 한국 얘기만 엄청 많이 하셨던 그 분. 검사결과도 이메일 첨부파일로 왔었는데 세포변이가 보이지만 정상이다. ??? 이게 말이야 방구야 유방암검사도 손으로 만져보더니 괜찮네 아무 이상없어. 아... 네.... 여기 다시는 안간다 ㅎㅎㅎㅎ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그래 해가 넘어가기 전에 검사를 받아야지 마음먹고 검사할 곳을 찾는데, 친구가 추천해준 그 병원은 10월 기준 가장 빠른 예약 가능한 시간이 내년 4월. 네?????

 

Consultorio Dexeus Barcelona : 모든 검사를 하루에 할 수 있어서 친구가 강추해준 곳. Sanitas랑 Adeslas둘 다 연결 되어 있다. 하지만 별개의 병원이라서 검사비를 따로 내야하는지는 알 수 없음.

그래서 그냥 도찐개찐 Sanitas병원으로 가야겠다. 집근처에 있네. 그래서 예약을 했다.

의사쌤이 여러가지 많이 묻고 전부 다 벗고 가운만 입고 나와요. 그러고 검사 잠깐 하더니만 처방전을 스스슥 써주시더니만 여기 예약해서 혈액검사랑 초음파 검사 하고 한달 후에 보자고 하셨다. 응? 그런데 검사하는 곳이 다르네?

여기서 나의 실수 1. Centro Medico Milenium이니까 검사까지 한큐에 될 줄 알았다. 아니면 적어도 아 검사하는 곳은 따로 있구나 싶어서 한군데만 예약했는데, 장비에 따라 검사하는 곳도 달랐다는 함정.
의사쌤 진료실 Balmes 243
초음파검사가 가능한 곳 Balmes 67
혈액검사가 가능한 곳 Balmes 111

낸들 알았나... 바보같이 초음파검사가 가능한 곳만 더블 예약을 해서, 혈액검사가 가능한 곳에서는 어쩔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대기시간만 장장 2시간.

나의 실수 2. 말을 잘 못해서 초음파검사가 아니라 MRI검사할 뻔. 이상함을 눈치챈 간호사가 알아보더니 다시 안내해줬다. 알아보는데 30분 허비.
나의 실수 3. 의사쌤이 손으로 종이에 써준 거는 들고 다녀야 한다. 전산화가 안되어있기때문에 검사받으러 왔는데요 하면 안해준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종이 집에 놓고 와서 집에 갔다 와야했다. 갔다왔다 40분 허비.

혈액검사한다고 12시간 공복상태였는데 잘못된 곳을 예약해서 접수했을 때(10시 반) 11시 15분에는 피 뽑을 수 있을거라더니 내 차례는 12시 45분에서야 왔다.

나의 실수 4. 소변검사도 포함이었다. 근데 검사전에 기다리면서 이미 화장실다녀와서 오줌은 안마렵고 점심시간이라 1시에 잠시 문닫는다는데 미치는 줄

한 달 후, 나와 보기로 했던 의사선생님을 예약하고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발렌시아가 운동화 신고계시던 의사선생님. 그래요 제 검사결과는 어떤가요? 음.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이렇고 아 네.. 응? 근데 문서 하나가 안열리네? 간호사 확인해봐요 그러더니

Sanitas 시스템에 내가 남자로 되어 있어서 산부인과 검진결과를 못 받네. 저어기 Sanitas office가서 신분증지참해서 성별 바꾸고 와요.

성별의 전환이 이렇게 쉬웠던가. Sanitas 시스템은 왜 매년 나의 성별을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는가?
본인이 신분증들고 치마입고 나타났는데 여자로 안바꿔주진 않겠지.

나는 24년 새해에 여자로 태어나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여자가 되었다. 문제는 검사결과.

나 : 안녕 나야. 여자로 바꾸고 왔어. 그래 이제 결과 들을 수 있을까?
리셉셔니스트: 저런 오늘은 의사쌤 예약이 꽉찼어. 그리고 검사결과가 3주후에 나올거야.
나: 응? 검사는 11월에 했고 지금은 1월인데?
리셉셔니스트 : 그게 그렇긴한데 전산오류로 성별바꾼것 때문에 검사기를 다시 돌려야 한데.
나: 아... 그럼 검사결과 그냥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어?
리셉셔니스트: 검사결과는 전화 아니면 직접 들어러 와야해. 들으러 올래 아님 전화로 설명해줄까
나: (의학용어를 전화로 듣겠다고? 못알아들으면 안되니까) 그래... 그냥 올게 어제 되는데?
리셉셔니스트: 1월 마지막주에 다시 와 ^^

에라이.


한국은 정말 최고다. 한국사람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들은 복받은 것이라는 것을 한번쯤을 알고 감사했으면. 건강검진하러 매년 한국에 가는건 오바같고, 무료니까 뭐 그러려니 하는데 그래도 산부인과 검진은 내년에 돈 따로 주고라도 한큐에 끝나는 곳에서 받아야지.

그 사이 나의 스페인어 실력도 많이 늘은 것 같다. 여전히 버벅거리긴 하는데 스페인어로 이 모든 대화를 하고 헤쳐나가고 있으니.

익숙해질즈음 익숙해지지 않는 스페인식 일처리와 데이터연동이 안되는 이상한 개발하다만 듯한 시스템. 뭔가 빼먹은듯한 찝찝한 건강검진.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닌 늘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는 이 곳은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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