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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da en Barcelona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 그리고 동방박사의 날

by forexample 2024. 1. 5.

너무 간만에 글을 써본다. 스페인 생활이 제법 익숙해진건지 ㅎㅎ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기


스페인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제법 길다. 남은 연차를 다 소진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연말이니까. 보통 크리스마스 한 주 전부터 1월 6일 Los reyes de magos(동방박사의 날) 까지 노는 편이다.  이 참에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해 좀 써볼까 한다.
여기는 할로윈이 지나면 바로 집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민다. 전부 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들 너무나 신나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더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마스 연휴를 기다린다.

Calendarios de Adviento

12월 1일부터 하나씩 카운트다운 하면서 먹을 수 있는 초콜릿 판도 많이 판다. 꼭 초콜릿이 아니더라도 뭐 작은 화장품 혹은 작은 인형이 들어있는 것도 있는데 나는 초콜릿이 젤 좋은 듯.

Calendario de Adviento 이미지 출처 https://calendariosdeadviento.com/chocolate/

Lote de Navidad o Cestas de Navidad

회사에서는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세트(Lote de Navidad 혹은 Cestas de Navidad)도 고르라고 한다. 가격대는 20유로에서 100유로까지 천차만별이다. 보통 여기에는 와인, 달달한 과자들 (뚜론, 마사판, 초콜릿), 치즈나 하몽 혹은 쵸리소, 그리고 견과류나 말린 과일이 들어있다. 개수와 퀄리티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은 이렇게 들어있다. 다들 사무실 잘 안나오다가 이거 나눠주는 날이면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함 ㅋㅋㅋ 보통 크리스마스 2주쯤 전부터 나눠준다. 빠르면 12월 초부터.

올해 회사에서 받은 선물세트. 달달구리가 많아서 논알콜을 골라보았다. 연휴내내 (3주간) 하나씩만 먹으려고 했는데 1주일도 안되어 사라졌다. 응?

La lotería de Navidad

그리고 크리스마스 복권을 산다. 이 복권은 12월 22일에 당첨자를 발표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주가는 Bar나 미용실, 가게, 혹은 회사에서 정한 번호를 복권판매소에서 구매한다. 그래서 그 번호가 당첨되면 그 번호를 산 모두가 다 이기는 시스템. 만일 우리 그룹의 번호가 당첨되었는데 내가 복권을 제때사지 않아 나 혼자 루저가 되면 배아프니까 구매는 필수. 떨어지더라도 12월 22일은 el Día de la Salud. 즉 건강의 날? 이니까 다들 건강을 빌어주며 즐겁게 보내는 걸로. 올해는 AI가 번호도 예측해보고 별 난리였는데 AI가 말한거 다 엇나가고 물론 나도 내 동료들도 다 떨어졌다. 15년 근속한 동료에 의하면 한번도 복권에 당첨된 적이 없다는데 이쯤되면 회사서 계속 다니라고 일부러 번호를 피해가는건가 싶기도 하고;;

올해 우리 회사 크리스마스복권 번호. 어떻게 숫자 하나조차 맞지 않는건지 ㅠ
올해의 1등은 88008번로 400,000유로가 상금으로 지급되었다. 400,000유로면 현찰로 바르셀로나에 있는 집한채 살 수 있는데 부럽...

Belén 혹은 Nativity Scene 꾸미기

Belén은 베들레햄을 스페인어식으로 부르는 말로 마굿간에서 예수가 태어나던 날 밤의 모습을 장식하는 것이다. 보통 Belenismo를 준비하고 주인공으로 Maria, Joseph, 아기 예수, Baltasar, Melchior, Gaspar 일명 동방박사 세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나귀나 다른 동물은 덤. 좀 더 여유가 되는 집은 온 마을을 무대로 준비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마굿간만 준비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런 재료들을 살 수 있는 곳이라서 쉬는 날 부지런히 쇼핑다니며 무대를 장식한다. 마을을 꾸미고 동방박사들을 저 멀리 놓아둔다. 동방박사의 날(1월 6일)이 다가오기까지 한걸음씩 동방박사들을 매일매일 마굿간 가까이 옮기고 크리스마스날(12월 25일)에는 드디어 아기 예수 모형을 올려놓을 수 있다. 이건 약간 카톨릭의 전통같은데, 아무튼 스페인 사람들은 미국처럼 집을 꾸미기보다 Belén 꾸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들어온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카탈란이라면 La Caganel 을 집에 만든 Belén 어딘가에 숨겨놓는다.
Caganel은 말그대로 '똥싸는 사람'이란 뜻인데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똥을 싸니까 우리는 같은 사람이다란 메시지를 전하는 거라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조크. 요즘은 유명인들을 풍자하기위해 여러유명인의 똥싸는 모습을 각종 기념품 샵에서 볼 수 있다.

너무 흔하게 보아서인지 사진을 찍어둔게 하나도 없어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왼쪽은 Belén, 그리고 오른쪽은 Caganel

Nochebuena

크리스마스이브(12월 24일) 저녁은 1년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가족 식사 시간인 듯 하다. 스페인 점심은 엄청 긴데 긴 저녁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 암튼. 이 날 식사 다하고 나서는 간식으로 turrón, marzipan, polvorones 같은 전통 디저트를 나눠먹는다. 뚜론은 여러 형태로 나오지만 우리나라 엿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매우 달달하고 찐득거리고 딱딱하다. 마사판은 아몬드랑 설탕 페이스트로 만든 비스코스 같은 쿠키류이고 Polvorones는 크리스마스 즈음에만 많이 볼 수 있는 건데 밀가루, 우유, 설탕이랑 견과류를 넣고 만든다. 원래는 돼지 지방으로 만들었다는데 아무튼 한입 베어물면 가루가 전부 부드럽게 뭉게진다.

왼쪽부터 뚜론, 마사판, 폴보로네스. 이미지출처 구글 이미지검색

우리 엄마는 Polvorones 드시더니 "야, 스페인 과자는 왜이렇게 원시적이니"라는 엄청난 한줄 평을 남기셨다.
다시는 안드리는 걸로.. ㅋ

Caga Tió

이것도 카탈루냐만 있는 전통같은데 카가 티오 일명 '똥싸는 나무(?)'다. 통나무에 모자를 씌우고 눈코입을 그려주고 다리를 붙여준다. 그러고 Tio가 삼촌이란 뜻도 있으니까 춥지않게 담요를 덮어준다.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매일 무언가를 먹인다. 카가 티오가 살이 찔 수 있게. 크리스마스 당일에 애들이 둘러앉아 통나무를 나무 스틱으로 때리면서 노래를 부른다. 얼른 똥싸서 사탕내놔라 ♬ 이 노래가 다 끝나면 담요아래에서 사탕이나 보물을 받는 그런 전통인데. 암튼 카탈루냐에는 크리스마스에 산타대신 카가티오와 동방박사들이 있다.

음... 네 카탈란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여전히.

https://youtu.be/oxbf1T00mF4?si=kJj9Fd_PqnQJaUvo

Galets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 먹는 조개모양 파스타에 다진 고기가 채워진 수프라 말하고 국이라 이해하는 채소베이스의 국을 먹는다.

Canelloni

12월 26일은 St. Stephen's day이지만 이날 카넬로니를 먹으니 여기선 그냥 카넬로니 데이라고 부른다. 이건 뭐랄까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의 전통같은데 이탈리아 카넬로니랑은 만드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카탈란 방식은 고기를 다 익히고 나서 다져서 만들고 이태리는 다진 고기를 넣어 익히는 방식이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데 큰 면의 형태로 된 파스타 반죽을 원통형으로 말아서 그 안에 필링을 넣고 베사멜 소스나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굽는 방식이다. 고기로 만든 카넬로니가 대표적이지만 비건용으로 나온 카넬로니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미지출처. Ajuntamiento de Barcelona

Día de los Inocentes (12월 28일)

이건 솔직히 이번에 찾아보다보니 알게 된 것인데 만우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근데 카탈루냐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듯 하다.

Nochevieja 새해 시작을 포도 12개와 함께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종이 12번 울릴때 박자에 맞춰 한 개씩 포도 12송이를 먹으면 한 해 운이 좋다고 한다.

꿀팁 하나. Mercadona에 포도 12송이가 캔으로 나온다. 포도송이 씻기 귀찮고 씨때문에 질식사가 두려우신 분들이라면 이거 최고.

“El Día de los Reyes” 와 Roscón de Reyes

대망의 마지막. 스페인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three wise men이 선물을 가져다준다. 보통 선물을 이날 교환하기 때문에 박싱데이 세일도 크게 하지 않는 편인듯 하다. 겨울 연말 세일은 있는데 미국이나 다른나라처럼 26일부터가 아닌 동방박사의 날 다음날인 1월 7일부터라고 보면 된다.
1월 5일 동방박사들이 저녁에 도착한다. (La Cabalgata de los Reyes Magos) 아이들은 동방박사들이 타고 온 낙타와 그들을 위한 와인, 사탕과 물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둔다. 그럼 동방박사들이 한 해동안 착한 일을 한 애들에게는 사탕을 그렇지 않은 애들에게는 석탄을 준다.

도시에 따라 퍼레이드를 1월 5일 저녁에 하는 곳도 1월 6일 아침에 하기도 한다.  보통 동방박사들의 도착을 퍼레이드로 구성해서 세 명의 동방박사를 테마 하나씩으로 해서 그 퍼레이드차가 돌아다니면서 사탕을 뿌리곤 한다.

Gaspar와 Melchior

1월 6일 아침에 아이들은 일어나서 선물을 확인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Roscón de reyes를 먹는다. 빵사이에 크림이 있는 원형의 도넛 모양의 케이크인데 이 케이크 안에 씨앗이랑 동방박사 모형을 숨겨놓는다. 씨앗이 들어있는 조각을 발견한 사람은 다음 el día de los reyes에 roscón de reyes를 사야한다. 동방박사 모형이 들은 빵 조각을 찾은 사람은 하루종일 왕관을 쓰고 생활할 수 있고 올 한 해 운이 가장 좋은 사람이라는 속설이 있다.

Roscon de Reyes. 왼쪽은 전형적인 이미지.(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오른쪽은 크림없는 1인용 roscon de reyes을 팔길래 사보았다. :)

 


생각보다 뭐가 매우 많은데 이걸 한 번에 정리해 놓은 곳이 잘 없기도 했고, 매번 설명하기도 귀찮았던지라 한 번 쭈욱 정리해보았다. 뭐랄까 퍼레이드 보는데 한국인 관광객 혹은 유학생들이 저 세사람이 뭐야? 검색해도 안 나와. 재미없다 가자. 이런 말들이 너무 많이 들려서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오지랖넓게 저건 이거저거구요 이러이러해서 사람들이 좋아해요 라고 설명하기엔 너무 시끄럽고 시간도 없고 모쪼록 누가되었든 올해 퍼레이드는 알고 즐길 수 있기를!
Feliz Añ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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