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혼자 살면서 아프면, 거기에 현지언어도 잘 못하면 눈 앞이 깜깜해지고 당황하기 마련.
사실 작년에도 Adeslas보험이 있었지만, 코로나 확진자랑 밀접 접촉해서 검사받으려고 하니까 커버가 안되서 한번도 이용을 못했었다.
이번에 비자연장한다고 보험사 알아보면서 한국보험료하고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내서(같은 보장에 거의 2배정도- 내가 한국에서 저렴하게 들어서 그랬던 것일수도) 틈틈이 이용해야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이용하게 될 줄이야
자초지종은 이렇다.
월요일 저녁에 갑자기 방광염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복부 통증, 빈뇨, 잔뇨감, 혈뇨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잠을 잘 수 없었고, 일단 멘붕이 왔다. 인터넷으로 이게 무슨 증상인가 싶어서 검색을 열심히 해보고, 의사를 봐야겠다 싶어서 Adeslas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약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보는데, 죄다 무슨 8월에 예약이 가능하고 지금 문 연곳도 없고 2차 멘붕이 왔다. 마침 다른 시간대 일을 하는 친구가 깨어 있어서 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을 했고, 그 친구의 삼촌이 약사로 일하고 있어서 어떤 약을 구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새벽 1시부터 다시 통금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중 가까운 곳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걸어서 15분거리인데, 걷기도 힘들었고, 새벽인데 식은땀은 나고 통증은 심하고 화장실은 가고 싶고 미치는 줄 알았다. 바보같이 Glovo로 약국에서 약도 주문할 수 있는데 ㅠㅠ 미처 그 생각을 못한거지. 친구가 약국에 전화해서 이런 증상에 있는 약있냐고 근데 돌아온 답변은 이건 항생제를 써야 해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 뚜둔...... 진통제라도 구해서 이 밤을 넘기고 병원을 가야겠다 싶어서 아픈몸에 신음소리 내가며 30분만에 겨우 도착한 약국에서 카드 결제가 거절당해서 약을 구할 수 없었다. 근데 화장실은 가고 싶고, 이 밤에 문열린 식당이 있을리 만무하고, 안그래도 박테리아때문에 아픈데 길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원화장실을 쓰고 싶지도 않고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픈걸 잊을만큼 초스피드로 걸어서 땀 뻘뻘 흘리며 집에 도착해서 다시 컴터를 켜고 Adeslas 응급전화를 썼다.
나는 건강염려증이 있어서 가급적이면 건강과 관련해서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입한 보장범위는 - sin copago (병원 방문시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어 비교적 보험료가 비쌈), - Integral+dental(교정도 다 했고, 스페인오기전에 의사가 이건 과잉진료인데요 하는데도 무시하고 충치치료도 다하고 일년에 한번씩 스케일링 치료도 꼬박꼬받 받아서 필요할까 싶긴 하지만 혹시몰라 dental까지 보장되는 것으로 가입했다.; 근데 치과는 한국이 잘하니까 정말 긴급한 상황(충치치료한 부분이 떨어졌다던가 교정유지장치가 떨어졌다던가 하는 그런 상황)아니고서야 이용할 생각은 없다.)까지 케어되는 것에 - Hospitalizacion, Emergencia, Repatricacion 까지(이건 비자요건) 돈 좀 많이 내고 full로 보장이 되는 것을 가입했다.
그 외에 많은 서비스가 있겠지만 나는 이 2개만 이용해봤다. 첫번째 서비스는 해당 보험사와 일하는 의사들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2번째 서비스는 예를들어 Covid-PCR test 같이 원하는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들 중에 저렴한 곳을 찾기에 좋은 서비스다.
무튼 이런 서비스들도 찾아봤지만 지금 당장 도움을 주는 곳은 없었고 역시 응급실이 답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엠뷸런스 탈 정도는 아닌거 같아서 차마 119는 못 누르고 Adeslas 응급전화를 사용했다.
스페인 긴급전화도 한국이랑 같다. 범죄신고는 112, 그 외 긴급신고는 119(엠뷸런스 필요하니 경찰이 필요하니, 소방서가 필요하니 요정도만 묻는다.)
이 때가 새벽 3시 20분.
위치에 맞게 자동으로 바르셀로나 응급전화로 연결되었는데 바로 상담원이랑 연결이 되어서
평소같으면 어줍잖은 스페인어좀 하면서 대화하려고 했지만 지금 당장 난 몸이 너무 아프고 무례한 거 알지만 '영어할 줄 아니?'라고 하면 영어 가능한 상담원으로 연결해준다.
내 증상이 이러이러하다 근데 아침까지 못기다리겠다 도와줄 수 있니 이러니까 응급의료팀한테 넘겨서 다시 전화주겠다고
응급의료팀의 전화를 받고 다시 이러이러하다 이야기하니 나온 반응이 놀라웠다.
그럼 너네 집으로 의사 보내줄게. 1~2시간내로 의사 갈거니까 문열어줘
헐,,,,, 세상에 내 보장범위로 이런 서비스도 된다고? 대박
심지어 추가요금도 없다니 세상에
이 때가 3시 반
의사선생님 기다리면서 선잠을 자다가
새벽 5시. 의사선생님이 오셨다.
내가 사는 집은 저 높은 Atico에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왕진가방과 함께 오셨다.
이 분은 천사야 👼
센스있게 여자분으로 보내주셨고, 의사선생님이 영어는 거의 하지 못하셨는데 Adeslas의료팀이 스페인어로 이미 다 설명해주셔서 진료받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이 새벽에 소변검사하고 병균나온거봐서 질병코드랑, 처방전써주시고 쿨하게 사라지셨다.
이틀치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아침 8시.
회사를 갈까말까 고민을 했는데 아침 8시에 문 여는 최적의 동선에 있는 약국이 회사근처에 있어서 걍 회사로 향했고
아침 8시 반.
약국에서 약을 구매해 먹었다.
하루에 한번만 먹으면 되고 물에타서 먹으면 되는 가루형 제재였다. 회사에서는 지난밤처럼 그렇게 10분간격으로 화장실을 가지 않아도 되었고, 오줌 눌때 통증도 많이 줄었고 피도 안보였다. 초기에 잡아서 다행인듯. 한 통에 이틀치가 들어있다. 검색해보니 방광염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흔한약제더라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