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 되었든 워홀이 되었든, 이민이 되었든, 무슨 이유에서든지 스페인으로 거주를 옮기는 사람들을 위해 스페인에 오기 전에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할 점들을 몇가지 정리해볼까 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이 헬조선이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지금은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는데 그런 한국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누리고 있던 그 모든 혜택을 내려놓는 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아마 이번 글은 해외살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지 싶다.
열쇠수리공을 부를 수 있는 비상금은 늘 있어야 한다
뜬금없이 열쇠? 라고 느낄 수 있지만, 도어락에 너무 익숙한 한국인들이 스페인에 와서 아마 가장 당황스러운게 열쇠와 관련된 에피소드이지 싶다. 먼저 우리는 열쇠를 들고 다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스페인의 거의 모든 집들은 도어락이 없다. 열쇠를 집안에 두고 잠깐 쓰레기 버리고 왔다가 집에 못들어갈 수도 있고, 가방에 열쇠를 넣었지만 가방을 도둑맞아서 집에 못들어갈 수도 있다. 너무 낡은 열쇠로 인해 문을 잠그거나 열다가 열쇠가 안에서 부러져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집에 놀러온 가족, 지인들 모두 대문 앞에서 열쇠와 한참 씨름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백이면 백 모두 열쇠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것이다. 만일 문이 안에서 잠겨서 들어갈 수 없다면 열쇠 수리공을 불러야 한다. 주말에는 추가요금이 있고 기본 80유로부터 시작한다. 온다고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한두시간은 집앞에서 기다려야 열쇠수리공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많이 복사를 해도 안되고, 집을 렌트해서 쓰고 있다면 잘 돌려줘야 보증금이 까이지 않는다. 처음 한 6개월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열쇠를 잘 챙기자. 습관이 될때까지.
몇 가지 예방방안이 있는데,
- 근처에 사는 친하고 믿을만한 친구집에 여분의 열쇠 세트를 맡긴다.
- 외출할때, 열쇠는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은 가방안에 이런식으로 하나가 도둑맞아도 집에는 들어갈 수 있게 보관한다.
- 세입자를 위한 보험에 가입을 한다.(보통은 도둑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보험사를 이용해 무료로 열쇠를 교체할 수 있다.)
- 열쇠가 부러질듯한 기미가 보이면 집주인과 상의해 열쇠를 교체하자.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유지, 수선은 세입자의 몫이다.)
달걀을 한바구니에 넣지 말자는 건 핸드폰과 열쇠를 각각 다른 곳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도 적용된다.
인터넷쇼핑이 한국처럼 쉽거나 믿음직스럽지 않다
한국은 인터넷강국이고 인터넷에서 온갖종류의 질좋고 저렴한 상품을 찾을 수 있어 정말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는 우체국택배나 CJ대한통운처럼 그렇게 좋고 믿음직스런 배송업체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마존을 많이 사용하는데, 아마존라커를 사용하면 안전하게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인터넷 쇼핑으로 오는 배송은 기본 2주가 걸리고, 그마저도 배송정보도 정확하게 공유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는 우리나라처럼 문자로 오늘 배송될 예정입니다. 이런거 없다. 다짜고짜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서 너 집에 있니?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데 전화 노이로제 걸렸다.) 없으면 내일 다시 올게 혹은 다른데 맡길게 찾아가 이러는데, 여기는 집앞에 던져주고 가면 물건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되고 내일 다시 온다그랬을 때 또 못 만나면 그냥 돌려보내버린다. 2번까지만 시도하기때문이다. 그럼 택배온다싶으면 그날은 배송받을때까지 집앞 슈퍼도 갈 수 없다. Correos로 배송온 경우 근처 우체국 가서 찾아와야 하는데 우체국 영업시간이 좀 웃기다. 신분증도 가져가야 하고,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영어이름도 많이 사용하는데 신분증이랑 이름이랑 다르면 물건을 못찾을수도 있다. 아마존으로 사는 물건, 인스타그램으로 사는 물건들, 테뮤 기타 등등 인터넷으로 사는 물건들이 그렇다고 질이 좋은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으로 사는 물건은 질이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물건이 도중에 많이 사라지기도 하고, 파손되서 오기도 하고, 빠르게 오지도 않는다. 중국에서 오면 빠르면 3주에서 한달, 같은 유럽안에서 오는거면 그것도 2주는 걸린다. 그러다보니 아마존을 제외하고는 환불도 쉽지 않다. 물건을 사기전에는 신중하게 잘 보고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공무원이 갑이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는거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다는 인식이 강하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기대한다. 근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공무원빈정상하게 하면 일처리 안해준다. 업무시간도 이상하다. 9시부터 1시 혹은 2시. 4시부터 6시 이런식으로 점심때는 문을 닫는다. 물론 이건 관공서마다 영업시간이 다르다. 그리고 어디를 방문하든 예약이 필수다. 예약안하면 안 들여보내준다. 근데 그 예약도 가장빠른 일자가 한 달 뒤. 뭐 이런 식이다. 예를들어서 스페인 영주권을 취득해서 여권을 신청하고 기다리던 내 친구는 6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라서 여행도 못가고 스페인에 계속 체류하다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요. 제발 저에게 기적을 만들어주세요." 뭐 이런 구구절절한 이메일을 쓰고 3개월 후에 여권을 발급받아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여행을 갔다. 참고로 여름 휴가기간 겨울 휴가기간에는 업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공서 웹사이트도 엉망이다.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지만 원체 뭐가 바뀌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전부 다 바뀌려면 아직 멀었다. 그나마 EU에 있어서 EU에서 단체로 미는 그런 정책방향들덕에 최소수준을 맞추려고 바꾸는 것도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일요일은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우리나라는 일요일에 장보러가거나 쇼핑하러 다니는데 여기는 문여는 쇼핑센터가 별로 없다. 대형마트는 물론 대부분의 상점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하물며 식당도 문 닫는 곳이 많아서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주말에 장봐야지, 마켓컬리같은거 없나. 없다. 안된다. 미리미리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에는 장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된다. 약국도 주말에 문여는 곳이 많이 없고. 병원은 응급실빼고는 안 연다. 대중교통도 주말에는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감차운행한다. 박물관은 무료개장이 일요일인 곳이 꽤 있어서 문을 열기도 하는데, 그냥 다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다. 그럼 일요일에 뭐하냐고? 그냥 공원가서 피크닉하거나 지인들 집에 놀러가서 하우스파티하거나 집청소를 한다. 체육관은 일요일에도 여는 곳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
매일 먹을 만큼만 조금씩 장을 본다
여기는 우리나라 대형마트같은 마트가 없다.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이마트, 롯데마트가 그리워질때가 있는데 여기는 그정도 급이나 사이즈에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 큰 마트라면 메르카도나, 리들, 알디, 디아, 콘숨, 콘디스 뭐 이런정도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쟁여놓을만큼 주방이 크지도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조금조금씩 장을 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들이 많다보니까 많이 사면 그만큼 또 이고지고 그 많은 계단 다 올라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아 오늘 이거 먹을까? 하고 사과 한 알, 당근 한 개 사고, 내일 또 가서 사과 하나, 오이 한 개, 뭐 이런식으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각 브랜드마다 좋은 상품이 다른데 여기는 다 걸어서 장보러 가는 편이라 여기 들렀다 저기 들렀다하면 계속 가방검사 당한다. 나 뭐 안 훔쳤어요하고 보여주는 거야 숨길게 없으니 상관없지만 그러다보니 이건 여기서 사고, 다음날 저기가서 다른거 사고 이런식으로 조금씩 사서 나르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가격면에서도 크게 묶어서 파는게 더 비싸다.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니 두루마리 휴지도 8개들이가 기본이고 12개들이, 24개들이, 간혹, 어쩌다 한번 볼 수 있는게 32개들이 뭐 이런식이다. 진짜 이것만큼은 대량으로 사서 걍 창고에 넣고 싶어서 아마존으로 96개를 시켰는데 24개짜리가 4개가 왔다. 비닐은 또 어찌나 많은지 그럴거면 아마존에서 왜 시킴..
늘 소지품에 주의하자
경찰은 작은 소매치기에 신경쓰지 않는다. 잃어버리기전에 늘 주의하자. 가방은 항상 몸가까이에. 빈의자나 바닥이나 이런데 놓지 말자. 버스안에서도 거리에서도 가급적이면 가방을 들지말고 핸드폰은 뒷주머니에 넣지말자. 물건을 잃어버려서 오는 모든 불편함은 나의 것. 현금은 비상금을 제외하고는 들고다니지 말자. 50유로도 크다. 20유로 2장이면 비상금으로 충분하다. 스페인은 퍽치기까지는 드물게 사례가 나오지만 가방찢어서 가져가기, 지하철에서 혹은 다른 볼거리본다고 한 눈 판 사이, 눈보다 빠르게 이미 훔쳐가고 없다.
한국과 비교해 모든 것이 느리다
스페인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지 않느냐? 그건 아니다. 이들도 성격이 꽤 급하다. 근데 모든 것이 다 느리다. 한국은 모든 분야가 한국사람들의 급한 성격에 맞추는 그런 속도감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는 모든 것이 그런 속도감을 맞추기에 역부족이다. 일례로 삼성에스파냐에서 3개월이 지나도록 배송이 오지 않는 물건을 환불받기까지 또다른 2개월을 계속 싸워야했다. 모든게 이런식이다. 테니스 클럽도 들어가고 싶어서 알아보니 1년에 한번만 신입회원을 맞이하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니라 기록에 가깝다. 맞지도 않고 비가 오고 나서야 예보가 비로 바뀌어있기도 하다. 교통카드는 바르셀로나 기준 작년에야 전격 도입이 되었다. 그래서 아직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티머니 같은 것이 없다. 마트에서 Self checkout계산대도 도입되고는 있지만 그 기계가 캐셔분들 직업을 뺏어갈거라는 믿음에 기계가 비어있음에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기다려서 캐셔를 통해 계산하는 곳이 스페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신기계, 최신 기종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구매해서 상대적으로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편인데 스페인은 이걸 검소하다고 해야할지 위기의식이 없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가급적 쓰던 물건을 안바꾸려고 한다. 회사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업무 효율성을 위해 4년에 한번씩 컴퓨터를 교체해주는데 컴퓨터 고장 안났으니까 바꾸기 싫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아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나는 최신 기종으로 바꿔준다면 완전 감사! 이러면서 당장 바꿀텐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회 전반에, 곳곳에 오래되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 사회전반이 이렇다보니 병원도 비슷하다. 대학교랑 연계되어 있는 곳들은 지속적인 연구를 하다보니 조금 나을 수는 있지만 치과도 진료를 받아보면 사용하는 재료라든가 진단을 위한 기기라든가 많이 뒤쳐져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물은 석회수임을 명심하자
한국 물은 좋다. 석회수도 아니고, 배관이슈만 아니면 굳이 물을 사먹거나 연수기를 써야 할 필요성이 낮다. 하지만 스페인은 석회수다. 특히나 바르셀로나는 그 강도가 매우 강한 석회수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쓰듯이 물을 사용하면 안된다. 세택세재도 사는 지역에 따라 넣어야 하는 용량이 달라진다. 머릿결도 안 좋아지고 피부 트러블도 나기에 가급적 물에 대한 접촉을 줄여야 한다. 한국사람들이 워낙 깔끔해서 하루에 몇번씩 샤워하는 사람도 수건을 매일 하나씩 쓰는 사람도 허다하다. 하지만 여기는 그렇게 하다가는 피부트러블 생기기 딱 좋다. 아무리 정수된 물을 마시고 정수된 물로 샤워를 해도 그게 완벽하게 걸러지는게 아니다보니 여기 사람들은 큰 배스타올을 말려서 다시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세탁을 한다. 그러다보니 주기적으로 석회를 제거해줘야 한다. 비데, 식기세척기, 수도꼭지, 변기, 세탁기 등 물을 쓰는 모든 곳은 석회제거를 해줘야 한다. 주전자, 식기류, 후라이팬 이런거 모두 석회제거를 해줘야 한다. 청소용 식초나 석회제거제 중 하나는 반드시 집에 구비해놓아야 한다. 화분에 물을 줄 때도 빗물을 받아서 주거나 석회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수물을 주거나 수돗물을 하루정도 받아두었다가 줘야 한다. 여기있다가 한국가면 세상에 물로 세수만 해도 피부가 좋아진다. 피부뿐만 아니라 머릿결도 좋아지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는 건 정말 복받은 일이다.
완벽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사회가 완벽하지 않듯 스페인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 여기도 여기곳 나름의 문제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손재주가 좋고 꼼꼼하기도 하고 미적감각도 있고 그래서 일을 맡기면 모든 게 정말 완벽하게 처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여기는 기본적으로 한 5%정도 부족하다. 무슨 얘기냐면 마트에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샀을 때 뼈가 씹히는 경우도 많고. 생선 가시가 발라져 있다고 해서 샀지만 가시가 나오는 경우도 매우 흔하고 하다못해 인터넷을 설치를 해도 선을 잘못 꽂아서 인터넷이 안되거나 청소기를 샀는데 내 머리카락도 못 빨아들인다거나 집 수리를 했는데 수리하고 돌아갔는데 여전히 부족하게 고쳐놨다든가 뭐 하나 한번에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이 나라 사람들한테 화내봐야 나만 손해. 도를 닦는 것도 한계가 있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고 하나씩 차분하게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요청해야 한다. 이들은 일머리도 없고 멘탈이 약한 애들이 많기때문에 이들과 어우러져서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어느 사회나 완벽한 곳은 없지만 특히나 스페인은 완벽과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점.
언제든지 한국에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표를 살 수 있는 금액은 비상금으로 준비해놔야 한다.
스페인에서 아프면 상당히 곤란하다. 만약에 스페인에서 살다가 긴급을 요하는 병증이 있다면 여러 병원 전전하면서 CAP, 사설병원 이런거 다니지말고 응급처치만 하고 바로 한국에 가서 진료를 받는게 제일 낫다.
나의 경우, 여기에 5년째 있으면서 한국에 갈 계획이 없었지만 치과진료때문에 급하게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바르셀로나에서 나의 치아를 믿고 맡길 치과를 찾지 못했기도 했고, 4~5곳을 들렸지만 정말 신박하게 일을 더 크게 만들더라.
이 중에 문제가 된 케이스만 잠깐 소개를 해주자면
- 스케일링을 받다가 덧씌운 치아의 일부분이 부서졌는데, 어! 이상해 뭔가 떨어졌어 뭐 깨진거 아냐? 이러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아무 이상없어. 멀쩡해' 이지랄 한 치과 1.
- 소고기 스테이크먹다가 살에 덜 발려진 뼈를 잘 못씹어서 치아 때운 다른 부분이 부서졌는데 그걸 제대로 긁어내고 본떠서 다시 씌우기보단 그냥 옆에 있는 치아까지 한번에 걍 다리놓듯이 뭔가 대강 메꿔서 한국가서 확인해봤더니 치아 두 개 다 썩게 만든 치과 2.
- 교정 철사가 부서져서 교체하기 위해 간 곳은 철사를 끝까지 잘 다듬지 못해서 혀로 철사끝부분에 찔리게 하고도 자기들은 더 다들을 수 없다. 이게 최선이다. 그리고 아무 이상없다를 운운하던 치과3.
집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진 내 직장동료는 순번기다려서 수술일정 잡는데 4개월. 철심제거하는 두번째 수술잡는데 6개월. 그래서인지 여기는 소아마비로 어딘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감기는 항생제 처방을 안해준다. 증세가 시작된 후 12일이 지나 축농증이 되면 그제서야 항생제를 처방해준다. 좀 더 빠르게 대응을 했더라면 그렇게 추가로 지출이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성방광염으로 혈뇨증상이 있었을 때 CAP응급실 앞에서 6시간 기다렸다. 항생제 처방안받으면 안 나아지는거 아니까. 아무리 응급환자 순서로 봐준다고 하지만 이정도면 좀 심하지 싶다. 기다리다 송장치를 수도.
산부인과 검사는 또 어떻고. 오늘은 혈액검사 여기서 하고 다음에 와서는 세포경검사하고 그 다음에 또 한번더가서 HPV검사받고 그러고 한번 더가서 결과를 들어야 한다. 근데 결과지가 아 이거는 기준치가 얼마인데 너는 얼마가 나왔고 이게 뭐야 이런식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세포활동의 변화가 보이는데 이상없어보여."............. 할많하않
다행히도 산부인과는 스페인친구들 수소문끝에 좋은 곳을 정해서 그곳만 다닌다. 근데 1년에 한번 받는 정기검진 예약하려면 8개월 전에 예약 잡아야 한다.
한국 병원들은 최신기계도 도입하고 최근 연구사례도 적극 활용하고 무엇보다 효율성을 중시해서 건강검진도 하루에 그 많은 검사를 착착착하고 결과지도 자세히 나오는데 여기는....... 하아...... 운동을 열심히하고 다치지 않게 우범지역은 가지말고, 골고루 잘 먹으면서 건강 관리를 잘 하자.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평가다. 미국에서 온 친구들은 여기가 천국이다. 돈 안내도 되니까 짱 좋다. 막 이러는데 한국에서 온 나는 이런 수준의 의료서비스는 한국과 비교해 한참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야 많아 보이지만, 치료라는게 타이밍과 방법이 둘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방법도 타이밍도 어느 하나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여행중 아프다면, 약국약 먹으면서 참다가 한국가서 치료하자.
남의 나라에 살기로 결심한 이상 우리는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이방인이다
가만있으면 가마떼기인줄 알고 무시하니까 본때를 보여줘야 할때도 있다. 주눅들어서 해야할말 못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잘 가려야 한다. 내가 그 나라에 얼마나 호감이 있는지, 그 나라말을 얼마나 잘하느냐, 그 나라 문화를 얼마나 잘 아는지 이런 것과 다르게 우리는 생김새부터 결코 이들이 될 수 없다. 여기와서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없이, 한국문화 전파에만 열을 올리거나 그들이 한국사람들처럼 행동하기를 기대하지 말자. 눈치가 있어도 못알아듣는척 하는 경우도 많고, 일머리 없어서 속터지기도 하고, 교육을 균등하게 받지 못한건지 지능이 딸리는건지 알수없지만 그들에게 아시아인은 그저 중국인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거 하나하나 대응하면서 소중한 에너지 낭비하지 말자. 경찰서가서 난리쳐봤자 우리는 이방인이고 애매할때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경찰도 스페인어 쓰는 사람들 쪽으로 유리하게 상황해석을 하기도 한다. 기본 상식이라는게 있기는 하지만, 그 기준이 한국의 기본과 비교해 매우 수준이 낮다. 스페인사람들은 외국에 나가보거나 다문화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다. (물론 바르셀로나는 좀 사정이 다르지만)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고 다른 문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좀 더 열려 있는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깨어있는 척하지만 그렇지 않고, 환경을 누구보다 생각하는 것같지만 그건 그냥 일반적인 정도의 환경보호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뭐가 플라스틱이고 뭐가 다른 재료고 이런것을 구분해서 제대로 분리수거를 할정도의 수준도 되지 않는다. 막말로 트럼프같은 사람이 국가원수로 나타나 이민자 다 나가! 이러면 쫓겨날 수 있는게 이민자다. 그렇다고 이들의 눈치를 보라는 건 아니다. 할말은 하되, 때와 장소를 가리자. 그리고 무조건 참는건 능사가 아니다. 부당함을 참는 그런 미련한짓은 하지말자. 그들은 직구로 말해도 지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권리 지키기와 내 정신 지키기중에 균형을 잡는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해외생활은 충분히 외롭고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이런 점은 미리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뭔가 잔소리처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주저리주저리 쓴 것 같은데 남들에겐 환상일지라도 나에겐 현실이니. 여기 와서 적응못해서 금방 돌아가거나 역이민 가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안타깝다. 막연히 해외생활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지 말고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는지, 가진 것에 감사함도 느꼈으면 좋겠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많은데 해외에서 한국인은 딱히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는 못느끼겠다. 한국사회가 뭔가 안 맞았으니까 타지에 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일테고 외로우니까 서로 의지하자고 커뮤니티를 꾸리긴 했겠지만, 호주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한인사회에 활발히 참석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오히려 서로 고발하고 싸우고 험담하고 한국에서 하던 나쁜 거 그대로 가져와서 여기서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한국인은 강하고 기본적으로 멘탈이 세다. 혼자서도 잘 찾아서 잘한다. 그런거 싫어서 떠나왔는데 여기서 그런거 그대로 겪을 이유는 없으니까. 헌법에 의해 보장된 주거의 자유를 찾아 살고 싶은 곳을 정할 수 있는건 정말 복받은 것이지만, 어디 움직이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물론 버리는 경험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점들까지 다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면 그 결정을 응원한다. 장밋빛 미래가 기다릴거라곤 할 수 없지만, 한국인이니까 뭐든 잘 헤쳐나갈거다.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이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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