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안네 프랑크
- 출판
- 문예출판사
- 출판일
- 2009.04.30
암스테르담에는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그 안네가 다른 가족 등 7명의 사람과 함께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약 2년간 지냈던 은신처가 있다. 안네의 일기는 그 때 은신처에서의 삶을 기록한 일기이다. 초등학교에 다닐때 필독서로 지정되어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떤 책인지는 알지만 암스테르담까지 가서 그 당시 세계적으로 어두웠던 시절을 직면하고 싶지는 않아서 암스테르담 여행직전까지 안네의 집을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아픈 손가락처럼 그런 아픔을 직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고, 최근 휴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보며 이스라엘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에 대해서도 그리 썩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해 외면하지 말고, 더 알아보자, 이런 마음이 들어서 예약을 하고, 여행을 앞두고 안네의 일기를 다시 읽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는지,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점들을 많이 느꼈다.
사람은 성별, 나이, 인종,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아야만 한다.
코로나시절과 자가격리의 기억
코로나를 겪은 이후, 전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가 격리 혹은 락다운 일명 봉쇄정치 이 둘 중에 하나는 한번쯤 겪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창문을 마음대로 열수 없고, 원하는 식재료를 살 수 없어서 집에 있는 것으로 계속 집밥을 해먹어야 한다든지,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한가로이 거닐 수 없었고, 친구나 사람들을 마음껏 만날 수 없었고, 야외스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거리를 나다닐 때는 마스크를 써야만 했고, 아픈 가족들이 병동에 격리되어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없었고, 그 시절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날 우울증을 선물해줬고, 더불어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평소 온 가족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은 가족끼리 다시 반강제 공동생활을 하려다보니 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실제로 이혼률도 많이 올라갔다고 들었다.) 연인들은 서로 만날 수 없어서 애를 태우기도 하고 정말 그게 벌써 근 5년전의 일이 되어간다니 실로 놀랍기만 하다. 한 2~3년 쯤 전 일인것 같은 데 말이다. 코로나를 겪어봤던 사람이라면, 안네의 일기는 분명 좀 더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무엇을 해도 시간이 안 가고, 그러다가 일상에 익숙해지고, 우울해지고, 예민해지면서 서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싸우고, 상처주고 이 모든 안네의 감정선이 좀 더 따라가기 쉽고 이해가 더 잘 된다.
첫사랑과 나의 사춘기
14살에서 16살이 되는 여자아이가 첫생리를 하고 신체가 변하면서 마음도 변하고, 몸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사이에 겪는 첫사랑과 부모님과의 다툼 이 모든 사춘기의 과정이 여과없이 잘 드러나있다. 어느정도 그 시절이 지나고 나서 안네가 몸도 마음도 커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나의 첫생리, 처음 브래지어를 하던 날, 첫키스를 하던 날, 좋아하던 남자애도 나를 좋아할지 마음 졸이는 모습이 겹쳐져보였다. 이런 시기가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부모도 자녀도 다들 이런 시기를 잘 넘기는 것은 정말 힘든게 만국 공통같았다. 어린이는 어린이 답게 어린이 시절을,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청소년 시절을 잘 보내는 것이 잘 크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때에는 그 때만 할 수있고,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 해도 일어나고 이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것은 그것을 대하는 내 '태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어른이라면 다 참을성이 많고 인자하고 아는 게 많고, 현명하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가 크면서 이것이 깨지는 시기중에 하나가 아마 사춘기가 아닐까싶다. 내가 어렸을 때도 안네와 비슷한 타박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말대꾸하지말아라, 해지면 집에 들어와라, 뭐 하지마라, 이거 해라 저거해라, 버르장머리 없다. 살빼라 못생겼다. 등등. 악담도 그런 악담이 없지. 어른들이나 친척들이 나를 걱정한다는 핑계로 했던 말들은 상처로 돌아왔고, 나는 그렇게 못난 아이인가? 나는 그저 똑똑하고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런 모난 말들에 울기도 많이 울었었고 나중에는 그냥 입을 닫았던 것 같다. 어른이라고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잘못할때가 있는데 그들은 그들의 잘못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열린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기란 지금도 참 쉽지 않다.
이럴때 그냥 공부나 하는 것이 때로는 그런 모든 것을 회피하는 좋은 길일 수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또 공부하기 싫을때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친구들과는 늘 다른 이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흔한 소녀의 모습도 보이는게 흥미로웠다. 첫키스라고는 하지만 진짜 첫키스도 아니었던 그런 것을 기념하며 흥분해서 일기를 적었던 내 모습도 보였다. 가슴이 생길때 이미 가슴이 있는 엄마나 다른 성인여성들을 보면 마냥 부러워하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그 때는 마냥 빨리 크고 싶었고, 어른들 하는 행동도 따라해보고 근데 또 그러면서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가는 이상한 시기. 그런 진통을 겪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겠지 안네 덕분에 입에 미소를 띄우며 내 어린시절도 돌아보게 된다.
파시즘(전체주의) 그리고 한국의 내란상황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뉴스로 지켜보자면 처음에는 그래도 한국이니까 잘 이겨낼거다라는 믿음과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라는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정치권을 보면 다들 우향우, 극우 성향으로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유로
1. 사회의 불평등이 심해졌고 국가는 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그 와중에 뒤쳐진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2. 경제가 힘들다.
3. 이런 상황에서 숏폼에 익숙해진 요즘 세대는 모든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대답을 내놓는 파시즘식 접근방식을 내놓는 정당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해졌다. 파시즘의 특징중의 하나는 적을 만든다. 여기서 특이한 점이 적이 대게 약자이다. 그리고 이분법(양비론이라고도 한다.)을 내세우면서 모든 사람을 내 편아니면 적으로 만든다. 기득권 세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파시즘이 힘을 얻게 되고, 강자의 편에 기대어서 의지해서 조금 편하게 가고싶은 마음이 드는게 사람의 본능이라고는 한다.
예를 들어,
- 스페인 : 집 값이 너무 올라서 살기가 힘들다. -> 그럼 외국인이 집을 못사게 하자. 외국인이 집사려면 집 값의 100%를 세금으로 내게 하자.
- 프랑스 : 왜 일자리가 없지? -> 이중국적가진 사람들한테 불이익을 주자.
- 독일 : 경제가 너무 어렵다. -> 우리가 난민을 너무 많이 받아들였어.
-윤석열 : 대통령이 왕이어야 하는데 왜 내 말을 안듣지? -> 반국가세력이 있어. (대통령은 왕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가가 아닙니다.)
제 2차 세계대전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했고, 세계 대공황으로 경제가 매우 힘들었고,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이 때, 나치당은 독일이 궁핍한 원인으로 유대인을 지목했다. 만일 그 당시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잘 살았다면 과연 그런 나치당의 주장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경제 위기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가, 봉급생활자, 농민층 등이 나치당을 새로운 대안으로 지지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유대인 청소 혹은 유대인 학살로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유대인은 크리스찬들이 하찮은 직업으로 보던 금융업에 종사했고 그 덕에 부유한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사실 그렇다보니 이민자나 마찬가지인 유대인이 현지인들 입장에서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콜럼버스 대항해 시대직전에 600년이나 아랍의 지배를 받았던 크리스찬들이 아랍인들을 스페인에서 몰아내고 나라를 되찾으면서 그 당시 행정업무를 많이 보던 유대인들도 싹 다 쫓아냈다. 덕분에 스페인은 재정이 많이 어려워졌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찾아 남미의 금을 보내와도 국가 부도로 그때까지 쌓인 빚을 다 갚을수 없어 남미 식민지를 전부 잃게되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든가 그 당시 목숨을 잃은 유대인 학살로 인종청소가 자행된 것에 대한 반성과 사죄 근데 한편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유대인들, 유럽사람들은 대게 그래서 유대인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듯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제에 고통받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보여서 마냥 불쌍하다는 마음이 컸다면, 유럽에 산지 한 5년쯤되자,,,,, 나도 그들이 맘에 안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요즘 한국의 내란상황과 안네의 일기의 안네가 살았던 그 시대 시대상이 겹쳐보이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 경제가 정말 힘든가보다. 국가체제를 부정하고, 서부지법을 폭동, 경찰 폭행, 언론인 폭행영상을 보면 정말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더라면 과연 그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나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진짜 남자는 오히려 부드럽다. 그들은 굳이 힘자랑을 하지 않아도 됨을 알기에.
오히려 찌질하고 남자다움을 잃어버린 남자들이 마초주의를 외치며 여자를 폭행하고 욕을 한다. 마찬가지다. 백골단도 백수들이 모여 백골단으로 발전하면서 자기들이 다른 사람들을 폭행하고 다닐 정당한 권한이 있는 사람인 마냥 다시 나타난 것은, 찌질한 사람들이 자신이 이 세상에 있음을 외치고 주목을 받고 싶어 완력을 행사하고 다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양성평등을 외치며 업무해온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략으로 내세웠던 윤석열이 20~30대 남성의 지지를 힘에 업어 대통령이 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근데 정작 여가부는 폐지되지 않음. 근데도 윤석열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건 도대체 왜..) 반대로 말하자면 양성평등으로 여자들이 그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자리를 사회에서 돌려받자 자기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빼앗겼다고 느꼈던 것 같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기들이 손해보는 것은 싫어서 자기들 스스로를 퐁퐁남으로 부르면서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이 모든 것들이 윤석열을 계기로 한데 응축해서 터진 것 같다. 마치 여드름을 가만히 놔두면 언젠가는 모이고 모여 여드름이 터지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지금 엄청난 진통을 겪고 있다. 부디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사회 곳곳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더 힘쓰고,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주되 잘못된 것에 대한 것은 단호한 대처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는 반복되고 반복되는 역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늘 자랑스럽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힘을 믿는다. 부디 이 시기를 잘 넘어가서 암세포들을 다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도 미국도 남미도 중동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참 걱정스럽다. 이 시기에 안네의 일기는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경제를 파탄시킨 윤석열이 계엄령 선포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그 결과 말도 안되는 부정선거음모론, 국민저항권같은 말을 외치며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한 것 같다.
파시즘이 가장 우려스러운 것 중에 하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폭력이 아니고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게 만드는 데 있다.
속된 말로 가방줄이 짧을수록, 즉 배운게 많이 없을 수록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더 배타적이다.
대한민국이 다른 문화에 개방적인 이유중에 하나로, 발음그대로 적을 수 있는 한글 표기법, 그리고 탄탄한 자아정체성을 꼽는다. 나를 잘 알고 나에게 자신감이 있으니 다른 문화도 받아들이고 그러면서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내칠건 내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이 오늘날 세계에 K팝,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를 알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돌고돌아 다시 교육에 힘써야 할 때이고, 제대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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