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da en Barcelona

스페인에서 방구하는 법

티아바르샤 2025. 6. 25. 00:50

어학원이나 교환학생으로 숙박을 연계하는 경로로 오시는 분들은 방을 찾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런거없이 맨땅에 헤딩하듯이 오는 분들은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처음에 나도 바르셀로나에 올 때는 유학원을 끼고 온 게 아니고 혼자 대학원 알아보고 혼자 알아보다보니 너무 막막했고, 예산은 빠듯한데 방값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나서 오늘은 막막할 사람들을 위해 내가 알고있는 것을 정리해볼까한다.

내가 어떤 거주형태에서 살고싶은지를 아는 것은 이 카오스에서 나를 잡아주는 힘이 될 수 있다.

방 구하기에 앞서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

  • 나는 다른 사람들과 방을 공유할 수 있을까?
  • 나는 다른 사람들과 집을 공유할 수 있을까?
    •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고 싶은가? 20대 초반? 20대중반에서 30대초반? 40대이상?
    •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고 싶은가? 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 어떤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고 싶은가? 아이가 있는 가족? 할머니? 커플이 사는 집? 솔로들의 집?
    • 어떤 성별의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고 싶은가? 여자만? 남자만? 아님 혼성?
    • 한 집에 몇명의 사람들과 살고 싶은가? 작게는 2명부터 많게는 16명까지 경험해본 나로서는 몇명이서 어느정도 크기의 집을 공유하는 지에 따라 삶의 질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알수 있다.
    • 내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이건 사람마다 다들 다른데, 뭐 예를들어 소음에 민감하다든가, 빛에 민감하다든가, 냄새에 민감하다든가, 화장실이 깔끔해야 한다든가, 안전이 최우선이라든가(쉐어하우스 안에서도 생리기간마다 다른 하우스메이트들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봤다.) 이걸 잘 알아야 한다.
  • 나의 짐은 얼마나 되는가? 내 짐의 양과 크기에 따라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지는 건 당연지사다.
  • 내가 거주할 곳을 고를 때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가격, 위치, 생활 편의 시설 등
    •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을 위에서부터 3개만 고른다면?
  • 차가 있는가? 차의 연비 혹은 연식에 따라 시내에는 그 차를 끌고 들어 올 수 없을수도 있다.
  • 예산은 어느정도 인가? 가급적 현실성 있는 예산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집을 구한다면 다짜고짜 방부터 찾아보겠지만, 나를 아는것이 최우선이다. 나와 나의 상황이 잘 정리가 되었다면 이제 방을 알아볼 준비가 되었다.

어떤 형태가 있을까

쉐어하우스

한 집에서 여러명이 사는 형태의 집이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쉐어하우스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개인이 하는 쉐어하우스도 많이 있다. 호주와달리 스페인은 룸을 쉐어하는 형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쉐어하우스의 구성에 따라 쉐어하우스의 경험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보통 순서를 번갈아가며 공용공간을 청소한다. 공과금이 별도인지, 공과금이 포함인지에 따라 조건이 많이 차이가 난다.

장점: 저렴하다. 다양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내가 미쳐 알지 못했던 내 성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단점: 별의별 꼬라지를 다 봐야한다. 술마시고 개차반되는 인간부터, 내가 사 놓은 냉장고 안 식재료를 허락도 없이 쓰는 인간이나, 생리때마다 도벽이 있는 인간이나, 맨날 파트너바꿔가면서 자는 애나, 지가 특정 고기를 안먹는 건 오케이. 근데 공용후라이펜으로 특정고기 요리해먹었다고 지랄하는 인간이나, 지가 베지테리안인건 오케이. 근데 지 사상을 남한테 강요하는 인간이나, 방에서 안나오고 같이 어울리지 않는 인간도 있고, 너무 더럽게 쓰는 인간도 있고, 결벽증 걸려서 일주일에 세탁기 6번 쓰는 인간도 있고, 빨래건조대 독점하고 절대 빨래 안 걷는 인간부터, 맨날 슬로바키아 언어로 러시아 음악같은거 크게 듣는 인간, 방문으로 연기만 나오게 하는 마약쟁이 혹은 흡연자, 그놈의 드라이 플라워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꽃말린다고 벌레 꼬이게 하거나 맨날 클럽다녀서 새벽에 시끄럽게 들어오는 인간, 맨날 가족이랑 2시간씩 전화하는 사람, 모닝알람에 절대 안 일어나는인간  등등등 가관이다. 아마 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하우스메이트들은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Regidence(일명 기숙사)

이름은 다양한 형태가 있다. 호텔로 둔갑한 것도 있고, 코리빙, 코쉐어등등이 있지만, 부엌이있는곳도 공동주방만 있는곳도 있다. 커뮤니티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장점: 가구를 살 필요가 없다. 청소를 해주는 곳이  꽤 많다. 엠빠드로나미엔또가 대부분 가능하다. 커뮤니티 이벤트가 간혹 있다. 대부분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단점: 침대와 책상, 옷장만 있고, 거실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답답할 수 있다. 

Temporary Rental (일명 홀리데이 렌탈)

1개월에서 11개월까지 렌탈이 가능한 곳이다. 투어리스트 라이센스가 있어야한다. 

참고로 바르셀로나는 주거문제가 심해져서 더이상 투어리스트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는다. 이로인해 정기적으로 에어비앤비같은 다른 플랫폼 광고에 라이센스번호가 없으면 벌금물리고 광고를 다 내리게 한다.

장점: 가전과 가구를 사지 않아도 된다. 보통 에이전시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열쇠를 안에 놓고 문을 닫고 나왔다던지, 보일러에서 물이 떨어진다든지, 문제가 생기면 에이전시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살다보면 변기가 막혔다거나, 바람에 유리창문이 깨진다든지 윗집에서 물이 떨어진다든지, 전기가 갑자기 나간다든지, 별 희안한 일이 많다. 스페인어도 잘 안되고, 가구를 다 사기도 부담스러울 경우 꽤나 유용한 옵션이다. 보통 시내에 있다. 엠빠드로나미엔또도 요청할 경우 가능하다.

엠빠드로나미엔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이라고 보면 된다. 줄여서 엠빠가 있어야 TIE(Tarjeta identidad de Extranjera)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근데 6개월 이하로 머무를 경우, 집주인은 엠빠를 해줘야할 의무가 없다. 시청에 약속잡고 서류제출하고 하는 절차가 다 귀찮아서 안해주는 집주인들도 많다.

단점: 비싸다. 계약 연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한 내에 다음 집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일반 월세 (Alquirer) 

보통 월세 계약을 해서 장기간 거주할 목적으로 하는 형태이다. 가전, 가구 포함여부, 방의 개수, 크기, 위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장점: 나에게 좀더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엠빠드로나미엔또가 가능하다.

단점: 비싸다, 구하기 어렵다(스페인어나 카탈란어를 할 줄 안다면 구하기 난이도가 2정도 내려간다.), 유지수선은 세입자의 몫이다, 일정소득이 없으면 돈이 있어도 못구할수도  

바셀의 월세가 비싼 이유는 대부분이 홀리데이 렌탈이고, 일반 월세는 계약이 5년 혹은 7년 단위이다. 1985년 이전에 맺어진 Contrato antiguo가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위하는 바람에 해마다 시장가격만큼 월세도 못 올리고, 내보낼 수도 없는데 이게 상속도 되다보니,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어디에서 알아봐야 할까?

  • Idealista : Alquirer에서는 일반 월세, 단기 렌탈(max 11개월)을 알아볼 수 있고, Compartir에서는 쉐어하우스를 알아 볼 수 있다.
  • Badi :  플랫메이트를 찾는 어플이다. 돈독이 올라서 무료로 메시지 보낼 수 있는데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 Airbnb : 초단기부터 11개월짜리 단기 집을 찾을 때 유용하다.
  • Spotahome : 기간별 필터가 잘되어있고, 대부분 스테프들이 직접 한번 가보고 영상을 찍어올리기에 직접 방을 눈으로 보고 계약할 수 없을 때 유용하다. 물론 수수료가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다.
  • Uniplaces : 방을 찾는 대학생들에 특화가 되어 있다. 보증금자체가 체크인 한 첫날 집주인에게 가기 때문에, 사기당할 염려가 좀 적은 편에 속한다.
  • Housing Anywhere : 룸쉐어를 찾을 때 유용하다. 보통 코쉐어, 혹은 코리빙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의 포스팅이 많이 올라온다.  
  • Foto casa : 이데알리스트 다음으로 많이 찾는 서비스로 일반 월세를 구하거나 집을 구매할 경우 많이 이용한다.
페이스북 그룹, Couch surfing같은 것들이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사정을 잘 모르고 절박한 사람들을 사기치려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온갖 종류의 허위매물이 다 몰려있다. 나도 워낙 절박했던 때, 페이스북 그룹으로 한 달사이 사기 두번이나 당했었고, 모르는사람들끼리 같이 집을 하나 통채로 빌리려고도 몇번 시도했으나 돈이 걸리다보니, 누가 가구를 사니, 너는 왜 집을 안보러 다니니 등 별의별 일이 많았다. 적당히 수수료내고 가급적 정석적인 방법으로 방을 구하자.
Couch surfing은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매우 많이 안 좋은 쪽으로 변질되었다. 가급적 이 어플에서는 멀리 떨어지자. 남자든, 여자든  

나의 취향과 선호를 알아도 경제적인 이유로 내 취향과 선호를 무시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거주 형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한번 시도해 보는것도 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요즘은 사이트하나 복제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열쇠를 받거나, 집을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보증금이나 돈을 보내지 말자. 이것 하나만 지켜도 사기꾼들로부터 나의 돈을 지킬 수 있다.

직접 집을 보러 갈 수 없으면 영상통화라도 하고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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